강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100억원대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9시45분이면 우렁차게 인사하며 내가 근무하던 은행에 들어오셨다. 단신 월남 후
40여년간 24시간 기사식당을 운영하시는 할아버지는 간밤의 수입을 입금하고, 손님을 위해 새 돈으로 거스름 돈을 준비하기 위해 오신다.
할아버지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곧잘 말씀하셨다. 돈에 대한 설움이 많았던 과거가 있었던 탓인지 큰 재산을 모으셨는데도
일흔의 나이에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의 적금을 불입하고, 부동산과 주식에 재투자하는 자수성가형 부자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평생 억척같은 삶을 살아오면서 큰 돈을 모았지만 인생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중대한 고민에
직면했다. 재산 상속에 관한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돈 문제에 관해 아들 셋 중에 막내 아들만 믿을만 할 뿐 다른 두 아들을 보면
좀 더 일찍 철저하게 금융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믿을만한 막내 아들에게 전 재산을 맡기고 싶지만,
그렇게 한다면 자식간의 유산분쟁이 불 보듯 뻔한 노릇이고, 그렇다고 자립하지 못하는 나머지 둘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것은 불안하고.
명문대를 졸업한 장남은 대기업을 몇 년 다니다가 부친의 재력을 믿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15년간 줄잡아 13억은 더 까먹었다고
했다. 신혼 집으로 사준 아파트도 날리고 나이 쉰을 바라보고 일흔의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타 쓰고 있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식당에서 일을 도우라고
했지만 명문대를 나온 자신이 어떻게 기사식당에서 일 하느냐며 골프만 치러 다닌다고 했다.
무위도식하는 아들이 못마땅해서 생활비를
줄였더니 아버지가 재산을 일찍 증여해 주지 않는다며 돈 문제로 싸운 후 3년째 말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래도 손자 생각에 생활비만은 꼬박
부쳐주시고 계셨다.
차남은 장남과 아버지의 관계를 일찍이 보아온 터라 무엇보다 아버지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직장생활은 그럭저럭 하고 있지만, 유산을 기대하며 저축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강남의 40평 아파트에서 큰 평수로 옮겨달라고 아버지에게
조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막내인 삼남은 달랐다. MBA 유학을 다녀온 그는 매월 유학비용을 아버지께 갚아가고 있다고 했다.
강남의 재력가의 아들이건만 아버지에게 기대지 않겠노라며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대견하다고 했다. 또한 두 형과 달리 주말이면
식당에 나와 일을 돕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의 재산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젊은 시절 당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하셨다.
이쯤 되니 막내 아들에게는 할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산을 맡겨도 걱정스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형제간의 화목을 위해서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보였다.
결국 재테크의 최종 목표는 가족의 행복일 것이다. 이 때문에라도 경제력을
키우는 동시에 자녀에게도 일찍부터 경제 개념을 심어주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또한 이것은 노년에 자식들로부터 재정적 시달림을 받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할아버지가 일찍부터 세 아들에게 돈에 대해 당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씀하시고 가르치셨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의 고민을 상당 부분 덜수 있지 않았을까. 먹고 사는데 바빴던 형편에서는 배부른 얘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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