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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촬영중 희귀병얻은 카메라맨, "그래도 '세렝게티'는 희망이다"

by 울트라님 2005. 10. 18.

 

촬영중 희귀병얻은 카메라맨, "그래도 '세렝게티'는 희망이다"
"'세렝게티'는 제게 웃음과 눈물, 괴로움, 헤어짐, 아픔처럼 인생史의 모든 것이 담긴 곳이었습니다."

MBC 카메라 맨 백승우 씨는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케 한 '세렝게티'에 대해 여전히 무한한 애정을 담아 표현했다.

'골수이형성증후군(MDS)'이라는 백혈병의 변종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백승우씨.이 질병은 조혈 모세포에 여러 종류의 암세포가 발생하는 질병으로 유일한 치료법은 골수이식뿐이며, 이식받지 못할 경우 평균 수명은 3년 남짓이다.

그에게 지난 2002년~2003년사이 200여일간은 천국과 지옥을 경험케한 기억이다. 어쩌면 일이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차라리 하지 말 것을...' 하는 이제와 되돌이킬수 없는 후회를 할 기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세렝게티'를 사랑하고 있었다.

"다시 나으면 전 다큐를 찍으러 세렝게티처럼 자연으로 나설겁니다."

한국 최초로 '동물의 왕국' 직접 찍은 자연 다큐멘터리, 세렝게티

입사 7년차이던 2002년 백씨와 연출자 두명 그리고 또다른 카메라맨 등 여섯명의 제작진은 MBC 창사 42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자연 다큐멘터리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를 제작하기 위해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 탄자니아의 야생국립공원 '세렝게티'로 향했다.

무려 200여일동안 사자와 누우떼 얼룩말, 가젤 등 200만마리의 야생동물들이 광활한 초원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속에서 살아가는 자연 그대로의 '동물의 왕국'을 우리 제작진의 손으로 직접 촬영했다.

그간 영국의 BBC,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을 통해서나 볼 수 있었던 동물의 세계를 한국의 방송기술과 제작진이 최초로 직접 HD 기술로 촬영한다는 긍지는 이들에게 무한한 자부심과 용기를 주었다.



"BBC의 장비와 인력이 엄청나더군요. 차량에 있는 4대의 카메라외에 곳곳의 바위 속에 설치된 카메라를 리모콘으로 조작, 동물을 포착하고 있더라구요. 우리는 카메라 2대로 차를 타고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돌아다니며 찍는 ‘헝그리 정신’으로 버텼습니다." 세렝게티의 추억을 얘기할 때의 백씨의 표정은 다시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정신없이 동물의 세계를 담던 그 열정이 살아나는 듯 했다.

온몸이 퉁퉁부을만큼 괴롭히는 모기떼와, 20~30도가 넘는 일교차로 늘상 감기를 달고 살아야 했고, 금새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던 사자를 찾아 낮밤없이 헤매던 수많은 날들속에 네차례의 걸친 아프리카 현지 촬영을 끝내고 돌아온 백 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200여일의 세렝게티 촬영중, 말라리아 예방약 부작용으로 난치병 얻어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 8개월여를 매일 복용했던 예방약의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혈소판 이상 감소라는 후유증을 얻었다. 백혈병중에서도 악성이랄수 있는 희귀 난치병을 앓게 됐다. 방송은 성공리에 끝나고 난 뒤끝에 그는 홀로 혈소판이 부족하고 혈액이 제대로 응고되지 않는 등 비정상적인 신체의 이상으로 이내 투병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일종의 혈액암이라서 그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사투를 벌이며 고비고비를 숨가쁘게 넘겨왔다.

그를 도우려는 방송사 내부 동료들의 헌혈 행렬은 꾸준히 이어졌다. 1,2차 골수 이식수술을 마치고 다행히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나온지 3일째인 17일 오후 입원중인 여의도 성모병원을 찾았다.

수개월째 계속된 투병생활로 건장한 30대중반의 예전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이내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 숱하나 없는 상태에 병실복도를 힘겹게 걸어야 하는 깡마른 모습을 하고도 애써 환한 얼굴로 맞아주었다.

"제가 드라마를 찍고 있는 것 같습니다. 1년도 훨씬 넘은 지금도 제 모습이 안믿겨요." 늘상 방송사에 몸담고 현장을 누빌때는 드라마 촬영현장에서나 다큐를 찍고 있을때나 다른사람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속에 담아왔던 백씨다. 이제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된 사실에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현재 백씨는수면제와 진통제 없이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속에서도 백씨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부모님의 병간호속에 힘든 치료과정과 병원비 등 온갖 자신을 둘러싼 저주같은 상황이 힘에 겨워 죽고싶다는 생각도 했던 백씨는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는 평소의 신조를 통해 지치고 힘든 마음과 몸을 추스리고 있다.

요리프로그램 애청자, 나중에 다 먹어보고 싶어서...

"하루일과요?. 그나마 이렇게 일반병실에 나오면 새벽녁에 조용히 인터넷을 서핑합니다. 그리고 MBC 방송을 처음부터 쭉봅니다. 이젠 저만큼 훌륭한 모니터 요원이 없을 겁니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방송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이 집중되서 훨씬 꼼꼼하게 보여요."

현재 그는 멸균음식만 섭취가 가능하다.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에 과일도 껍질이 두꺼운 것만 먹을 수 있고 모든 음식은 익혀서 먹여야 한다. 그런 그가 가장 관심있게 보는 프로그램은 바로 요리 프로그램이다. "나중에 전부 돌아다니면서 TV에서 본 저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씩 차례로 다 맛볼거에요. 그때 같이가시죠?"

세렝게티는 인생사의 모든 것이 닮긴 곳, 다시 갈 것

백씨의 병세가 좋아지고는 있다해도 방심은 금물인 상태다. "힘겹게 잠이 들면 그때 갔던 세렝게티의 풀과 나무 강이 생생히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럼 마치 제가 다시 현장에 있는 것처럼 편해지곤 합니다." 백씨는 나오는 취재진에게 자신의 땀과 열정 눈물이 담긴 '세렝게티 DVD'에 싸인을 해서 건네주었다. 겉표지 뒤편 하단에 '촬영 백승우'라는 작은 글씨가 유난히 크게 들어왔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socio9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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