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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시쓰는리뷰] 한국 가요의 새로운 이정표 - 서태지와 아이들 1집 (1992)

by 울트라님 2008. 4. 25.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신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우리나라는 주지하다시피 한 사람의 학력으로 전체적인 그의 프로필을 가늠한다. 이런 풍토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연해왔던 관습이었고,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할
대한민국 가요계의 구조를 바꿔버린 인물 서태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꼭 학력이 모든 것
을 좌우한다는 말이 정석은 아닌 것 같다. 천재적 두뇌를 지닌 서태지도 알고보면 서울 북공고
를 자퇴한, 엄밀히 말하자면 중졸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태지가 가요계의 최고봉 자
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실력 뿐이었다. 실력으로 당당히 정상에 올라선 서태지다.

 


이렇듯 서태지는 음악을 하는데에 있어서 학업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 고등학교를 자
퇴하고 이른 나이에 클럽 무대에 뛰어들며 음악 생활을 일찍 경험했다. 주지하다시피 서태지
는 어린 나이에 혼자 세션을 집안에 꾸며 유행가들을 녹음하였으며,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
성하기도 하였고, 독학으로 컴퓨터를 익혀 그것으로 음악 만드는 법을 터득하기도 하였다. 이
미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될 조짐이 보였던 것이다.

 


서태지는 그 유명한 한국 록의 전설 시나위의 베이시스트로 합류해 본격적인 오버그라운드 시
대를 열었는데, 그만큼 서태지에게 있어서 록음악은 평생 안고 가야하는 숙명이었다. 후에 시
나위에서 탈퇴한 다음 양현석, 이주노와 새로 그룹을 꾸린 뒤에도, 늘 그의 머릿속엔 록 정신
이 강하게 박혀 있었다. 그 두 멤버가 흑인 음악, 힙합, 그리고 랩 댄스의 성향을 띄고, 서태지
자신도 앞서 언급한 장르의 유입자였는데도 말이다. 그러한 점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앨범들,
그리고 서태지의 솔로 앨범들 등 각종 서태지와 관련된 음악 자료들에게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일단 서태지에게 있어서 기본적인 음악적 토양은 록인 셈이다.

 


서태지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록음악 외에도, 흑인 음악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니까 록
음악의 기반에다가 전세계적인 조류라 할 수 있는 랩 댄스나 리듬 앤 블루스, 힙합을 수용하여
서태지만의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서태지로 하여금 시나위로 끌어들인 전설적 록 아티
스트 신대철이 그를 회상할 때, "서태지는 헤비메탈 외에도 비스티 보이즈나 런 DMC같은 힙합
음악가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라고 언급했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런 DMC의 랩 댄스적 요소, 그리고 비스티 보이즈가 1집 Licensed To Ill을 통해 기반을 닦아놨
던 얼터너티브 메탈이나 하드코어적 요소를 서태지가 자신의 음악관에 주입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평단의 의견은 양극화 되는데, 해외의 음악 스타일을 베꼈다라고 주장하는
반 (反) 서태지파, 그리고 오히려 그런 작용이 한국 가요계를 발전시키는데 공헌했다는 친 서
태지파가 바로 그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룹 이름 그대로, 서태지가 중심이 되어서 양현석, 이주노가 그를 받쳐주
는 형태를 취한다. 서태지가 거의 모든 곡들을 지휘했으며, 양현석과 이주노는 배킹 보컬이나
랩 부분, 그리고 춤을 맡았다. 물론 양현석과 이주노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에 관여하지 않
았다는 것은 아니다. 양현석은 특히 힙합 스타일의 곡이나 리듬 앤 블루스 트랙에 강점을 보였
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주지하다시피 서태지의 브레인에서 운용되는 팀이었고, 곧 서태
지의 음악관이 팀을 좌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태지는 랩 댄스를 가지고 나오면서, 자신도
춤의 대열에 합류했다. 양현석, 이주노라는 걸출한 댄서들 가운데에서도 기죽지 않고, 무대에서
열심히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팀의 퍼포먼스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까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
이들의 음악을 생산하고, 리드 보컬을 맡는 동시에 댄스 퍼포먼스를 부가적으로 행했다는 것이
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들어보지도 못했던 랩 댄스, 그리고 한국어로 랩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비교적 기성 세대들에 의해서 유행이 좌우되었던 우리나라 가요계가 서태지와 아이들에
의해서 판도가 바뀌었다. 물론 1990년대 이전에 소방차 같은 댄스를 앞세운 아이돌 그룹의 유
행과 인기가 상당했지만, 너무 정형화 되어서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것은 사실이었다. 서태지
와 아이들은 그들에 비해 더 독창적이었으며, 음악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태지와 아이들은 미국의 랩 댄스와 힙합, 리듬 앤 블루스를 '유입'
하는 역할을 맡아, 표절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색깔의 물을 항아리에 붓
듯이, 서태지와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우리나라 가요계에 쏟아부었다. 그것이 이미 만들어진
것이건, 창조적이건간에 분명 새로운 역사는 확실했다. 기성 세대의 평가단이 서태지와 아이
들에게 비참한 성적표를 내려줘도, 결국 우리 세대는 서태지를 받아들였다. 바로 그 유명한
주말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비관적 평가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1. Yo! Taiji!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은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이후의 솔로 앨범에도 항상 이와
비슷한 유의 인트로 트랙을 삽입하는데, 바로 1집의 Yo! Taiji!는 그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 번
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 그대로 그냥 가볍게 앨범의 첫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무
언가 기합을 불어넣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도 내포되어있을 것이다. 서태지 1집의 Y
o! Taiji!는 말 그대로 힙합 사운드의 종합판이다. 환상적인 비트박스 속에서 서태지는 배킹 보컬
양현석, 이주노와 함께 <난 알아요> 가사 앞부분을 랩으로 부르며, 익살맞은 서태지의 웃음 소리
로 마무리 짓는다.

 

 

 

 


2. 난 알아요

 

한국 가요계의 대반란을 예고하는 대표적인 상징적 트랙, 서태지와 아이들 하면 딱 떠오르는 얼
굴 마담같은 히트곡, 서태지 팬들이 꼽은 '영원히 보존하고 싶은 노래' 1위, 한국형 랩 댄스의 선
두주자인 동시에 시발점, 그리고 우리나라말로 랩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명작... 더이
상의 수식어가 이 노래에 필요할까. 물론 미국 팝 그룹 밀리 바닐리의 Girl You Know It's True
의 인트로 부분을 샘플링하여 표절 시비니 뭐니 잡음이 많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신화를 열
어줬던 상징이자 대한민국 가요 역사상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노래라는 데에서는 이견이 없다.
비장한 키보드 연주가 인트로를 장식하는 가운데, 비트감있는 빠른 멜로디와 함께 빵빵 터져주
는 키보드,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랩핑이 예술이다. 이 노래에는 서태지가 직접 연주한 일
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곳곳에 배치되어있는데, 이 부분이 나올때면 응당 최고 댄서 이주노가 화
려한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1992년을 휩쓸었고, 이후에도 <난 알아요> 후유증
으로 우리나라 가요계는 한창 몸살을 앓았었다.

 

 

 


3. 환상 속의 그대

 

<난 알아요> 로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히트곡 하나로 반짝 하는 그룹이 아닌,
정말 내실있는 알찬 음악을 가졌다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환상 속의 그대> 덕분이 아
닐까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말 그대로 1992년 한 해에만 핵폭탄급 위력을 지닌 두 곡으로 한
국 가요계에 어퍼컷을 두 번 날렸으며, 그것이 바로 1992년을 결산하는 각종 방송국의 가요 제
전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신인상을 수상하는 동시에 대상을 거머쥘 수 있었던 방증이었다. <난
알아요> 의 복잡하고 스피드한 랩 댄스에 정신을 놓았던 우리나라 국민들은, <환상 속의 그대>
라는 랩 댄스의 클래식에 다시 손을 들어줬다. 역시 가요 차트 1위는 기본, 아직까지도 랩 댄스
트랙 중에서 <환상 속의 그대> 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곡은 없다. 서태지는 이 곡에서 상당
히 많은 샘플링을 적재적소에 배치, 곡의 긴장감을 조성시켰다. 철저히 계산된 샘플링의 작동,
그리고 마치 로보트처럼 척척 맞춰서 춤추는 이들의 안무는 유행의 선두 그 자체였다. 이 곡의
후반부에는 서태지가 시나위 시절의 영어 가사 록 넘버 Farewell To Love의 중요 부분을 삽입
해서 화제가 되었다.

 

 

 


4.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이정식이 색소폰을 맡았고,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완화되는 부드러운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의
멜로디가 전개되면서 서태지의 얇은 보컬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더욱 더 고조시킨다. 이 곡의 여
성 배킹 보컬은 장혜진이 맡았으며, 이정식의 유려한 색소폰 연주와 서태지의 물 흘러가듯 뱉어
내는 랩핑이 3박자를 이루며 최상의 결과를 낳는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미국에서 촬영되었으
며,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 들을 수 있을법한 나른한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의 이 곡과 상당히
잘 맞아떨어진다.

 

 

 


5. 이 밤이 깊어가지만

 

흑인 음악에 강점을 보이는 양현석이 이 곡을 만들었으며, 이후 양현석이 솔로로 나서 음악 활
동을 하며 만들었던 음악, 그리고 자기가 세운 기획사 YG 엔터테인먼트의 음악적 소견인 힙합
및 리듬 앤 블루스를 바로 이 곡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갑게 내리는 빗소리
를 인트로로 앞세워,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 속에서 서태지는 애절한 보컬로 가사를 읊는다. 그
리고 감정이 없는듯한 음색으로 콧방귀를 끼듯이 랩핑을 내뱉는 이주노의 감정선도 상당히 효
과적이다. 역시 이 곡의 생명은 바로 전체적인 곡의 리듬을 바운스해주는 드럼 비트다.

 

 

 


6. 내 모든 것

 

마치 라이브 실황 앨범의 한 곡을 듣는 것 같은 효과가 난다. 세션이 점점 발을 맞춰가면서 공연
을 준비하는듯한 소리, 그리고 서태지가 직접 세션 관계자에게 "마이크 더 올리며..." 라고 주문
을 하는 나레이션에서는 정말 라이브 실황 앨범같은 기분을 들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 터지는
빵빵한 키보드 연주와 함께, 전체적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관통했던 10대 위주의, 더불어
대학가에서 많이 불려졌을법한 개선가 스타일의 록음악이 진행된다. 역시 이 곡에서도 중간 부
분에 랩핑이 삽입되어서, 기존의 개선가 스타일 록음악에 힙합적 요소도 첨부된 특이한 구성도
를 자랑한다.

 

 

 


7. 이제는

 

서태지는 랩 댄스, 하드코어, 얼터너티브 록, 힙합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작곡 능력을 지녔지
만, 발라드곡에서도 역시 대단한 재능을 지녔다. 1집 이후에도 쭈욱 서태지는 유려한 멜로디를
지닌 발라드곡을 많이 양산하는데, 바로 그 전초전이 <이제는> 이라는 곡이 되겠다. 서태지의
보컬은 가녀리고 유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사실 많은 이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없는 약점을
지닌 듯 하지만, 서태지는 그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자신의 가녀린 보컬을 오히려 강점으로 되
돌리는데 성공했다. 서태지는 가녀린 보컬로 하여금 마구 밀어붙이는 록 넘버에서는 감정선을
최대한 끌어올려 발악하듯이 격분하고, 이렇게 발라드 넘버에서는 최대한 얇게 내뱉어서 감수
성을 자극하는데 최상의 결과물을 낳는다.

 

 

 


8. Blind Love

 

서태지의 음악적 관계자인 재미교포 출신의 아티스트 윌리엄 변이 작사를 맡은 이 곡은, 주지
하다시피 <난 알아요> 의 영어 버젼이다. 원곡보다 약 10초가량 더 많은 러닝 타임을 지녔으며,
지금 들으면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콩글리쉬의 가사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당
시만 해도 이 곡은 색다른 시도를 구현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각종 유명 랩 댄스
넘버에서 따온 샘플링을 더욱 더 많이 삽입하여, 곡의 흥겨움을 배로 증가시켰다. 특히 "Ever
ybody dance now~" 라는 샘플링은 후세에 정말 많은 효과음악이나 OST로 애용되었다. 서
태지가 맡은 일렉트릭 기타 리프는 더더욱 헤비하게 강화되었으며, 원곡에 비해 마지막 부분
에서는 페이드 아웃이 금방 끝나버리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9. Rock'n Roll Dance

 

서태지의 옛 동료이자 자신을 오버그라운드로 올려보내는데 큰 도움을 줬던 시나위의 신대철
이 리드 기타를 맡았으며, 이 곡은 널리 알려진대로 호주 출신의 세계적 록그룹 AC/DC의 유명
한 히트곡 Back In Black을 샘플링한 것이다. 거기다가 술술 풀리는 서태지의 랩핑이 첨가되어
비스티 보이즈 스타일의 '록음악을 샘플링해서 힙합으로 재탄생하는' 노래가 완성되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서태지는 초기 시절에 비스티 보이즈에게서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신대철의 농익은 기타 연주 속에, 숨가쁘게 진행되는 이 곡은 마지막 부분에서 서태지
가 해외 유명 록 아티스트들의 일반적인 장난이라 할 수 있는 '입으로 기타 리프 따라하기' 를
잠깐 선보인다. 예를 들자면 딥 퍼플의 이언 길런이 실황 앨범 Made In Japan의 Strange Kind
Of Woman에서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연주를 장난하듯이 입으로 따라불렀는데, 서태지도 이 곡
에서 신대철의 신명나는 기타 연주를 익살스럽게 똑같이 입으로 따라했다.

 

 

 


10. Missing

 

정체를 알 수 없는 인스트루먼틀 트랙이지만, 전체적으로 이 앨범의 끝을 장식해주는 기특한 역
할을 한다. 먼저 이 앨범의 주된 내용인 '흑인 음악' 을 한번에 총정리하듯, 이 곡의 스타일은 펑
키 재즈가 강하게 풍기는 인스트루먼틀 트랙이며, 서태지는 역시 이 곡에서도 각종 샘플링을 삽
입하여 바운스 강한 힙합적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2집의 인트로곡 Yo! Taiji!를 예견하듯,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이렌 소리도 마지막에 삽입, 그 앨범의 모습 또한 살짝 대중들에게 선
보였다.

 

 

 

 


이 앨범에 대한 재평가 : 기존의 틀을 깨는 것,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열어가는 것. 이

것은 말 그대로 '혁명' 이며, 이것을 행하는 자는 분명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새

긴다. 서태지는 일본식 음악의 정형화된 규정, 그리고 발라드가 득세하던 1990년대 초반 한국

가요계를 랩 댄스와 록, 힙합으로 공습을 시작하여 건국 이래 최고의 히트라는 진기록을 세웠

으며, 심지어 후세의 평단에게서 우리나라 가요계는 조용필과 서태지 두 사람으로 양분된다는

고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용필이 기성 세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사와 다양한 장르를 수

용하는 절대적 위치에 올랐다면, 서태지는 후발 주자로써 90년대를 관통했던 10대 ~ 20대의

요구도를 정확히 파악,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역할을 맡았었다. '문화 대통령' 이라는 거

룩한 별명을 받기까지 그 시작을 알린 역사적인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이다.

 

 

 

출처 : 영국팝
글쓴이 : 이근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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