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다고 욕하는 분들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궁금했습니다. 왜 같은 털이 남자에게 나느냐, 여자에게 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운명을 겪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를 놓고 남자친구들과 한참을 논쟁한 적도 있죠. 결론은 저만 유난스러운 인간됐구요. 정말 저만 이상한 사고 방식을 가진 걸까요. 궁금해서 블로그를 통해 여러분께 여쭤봅니다.
"다른 여자들은 아무 말 안하고 제모하는데 왜 너만 유독 그걸 문제 삼느냐, 그럴 때 보면 꼭 페미니스트같다"고 몰아붙이더군요. 매일 아침 털을 없애는 것이 여자의 숙명인가요. 만약 겨드랑이와 다리 털이 쓰레기처럼 지저분해서 없애버려야하는 것이라면, 남자의 그것도 지저분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일겁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털에 대해서, 지저분하다거나 잡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제모를 하지 않은 여성을 코미디 소재로 삼는 개그 프로그램도 좀 못마땅하구요. 개인적인 취향이지 대놓고 웃음거리로 만들 일은 아닐텐데 말이죠.
그래서 물었습니다. "당신의 여자친구가 아니라, 여자의 제모에 대한 사회적 견해를 말해보라"고요. "여자라서 꼭 제모를 해야하는 건 아니다. 개인의 선택과 취향일 뿐"이라고 인정을 하더군요. 하지만 자신들의 여자친구는 꼭 제모를 했으면 한다더군요. 많은 여성들이 자기가 원해서라기 보다는 '남자들이 싫어하니까' 제모를 하고 있죠.
어린 시절, 저는 어머니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자랐죠. 영화 색계를 봐도 탕웨이의 겨드랑이 털은 자연스럽기 그지없었구요. 양조위는 그 털을 오히려 사랑스럽게 받아들였죠. 겨드랑이 제모를 해 본 분들은 아실겁니다. 팔이 앞뒤로 움직일 때 그 묘한 쓰라림을요. 겨드랑이의 털이 마찰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던거죠. 우리는 누구를 위해 제모를 하는 걸까요. 제모하지 않는 여성을 추잡한 인간으로 만드는 미디어와 남성들의 사고 저 깊은 곳에는, 아마 고질적인 배려부족과 가부장적인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해할 수 없기는 둘 다 마찬가지고요.
(겨털녀 동영상 스크랩)
겨드랑이 털이 성적 매력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겨드랑이 털 제모가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성적 굴복을 요구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선택을 존중하자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멋진 여성이라면 제모를 하자', '마지막 한올까지 말끔하게'이런 기사는 더이상 안나왔으면 좋겠구요. 그래봤자 내년 여름께 되면 피부과와 면도기 업체에서 뿌린 보도자료로 만들어낸 기사가 판을 치겠지만요.
얼마 전에는 '돌아온 겨털녀'라면서 UCC가 돌아다녔죠. 인기검색어 상위권을 석권했고요. 언론들은 또, 좋다고 기사로 써댔죠. 겨드랑이 털의 기운을 발사하며 사람들을 공포에 쌓이게 하는 겨털녀를 제모기녀가 제압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한 기업의 제모기 광고 동영상이었죠. 재밌다고 퍼 나르는 네티즌이나 아무 생각도 없이 기사로 받아쓰는 언론사나... 이해 안되긴 마찬가지더군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고통과 수치심을 안겨주는 제모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없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개그 소재로도 그만 악용하시고요.
+털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비난과 제모에 대한 압박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빨리 자리잡기를 기대하며. 탕웨이가 영구 제모를 했다면, 색계에 캐스팅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쓸 데 없는 생각과 함께.
'자료들 >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한글 잔혹사 20년 (0) | 2009.04.18 |
---|---|
[스크랩] 인간이 초대한 대형참사, 그 사고 사례를 정리해 본다. (0) | 2009.01.22 |
[스크랩] [펌]꿈의 자동차 페라리F430... 유지비 계산 (0) | 2008.10.19 |
[스크랩] [다시쓰는리뷰] 한국 가요의 새로운 이정표 - 서태지와 아이들 1집 (1992) (0) | 2008.04.25 |
[스크랩] 티벳 차마고도에서 즐기는 비포장 익스트림 (0) | 2007.12.17 |
댓글